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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미래 일인자 신진서 스토리
연일 상종가 터뜨리는 한국바둑 우량주 신진서 인터뷰
2016-07-29 오후 2:50:34 입력 / 2016-07-29 오후 4:33:19 수정
▲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한 신진서(2000년생). 

5살에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1년 만에 타이젬 3단이 됐고, 8살에는 타이젬 8~9단을 오르내린다. 10살 무렵 짱짱한 타이젬 9단이 된 후 중국 갑조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들에게 심심찮게 승리를 거둔다.

누구 얘기인지 대번에 파악이 된다면 열혈 바둑 팬임이 확실하다. 당시 타이젬 대국실을 떠들석하게 했던 ‘수미성모’라는 ID가 떠오른다면, 그대야말로 진정한 타이젬 마니아, 터줏대감이리라.

주인공은 바로 신진서다. 최근 몇 년간 잠잠했던 바둑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블루칩, 어느새 우량주로 거듭나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미래의 일인자다.

세계바둑대회가 생긴 이래 한국은 줄곧 패권을 놓지 않았다. 2013년 중국에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트로피 6개를 모두 넘기고 무관으로 추락했을 때, 이제 중국에 밀려버린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도 있었다.

근 20년간 세계바둑계를 철권 통치했던 이창호-이세돌 절대자 라인이 노쇠하고, 후계자가 보이지 않던 시점에서 박정환이 비상했다. 최근에는 중국 일인자 커제를 연거푸 격파하며 비공식이지만 세계랭킹 1위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다음이 걱정된 게 사실이었다. 이창호 이후에는 이세돌이 있었고, 이세돌 이후는 박정환이 책임진다. 그렇다면 박정환 이후는? 더 두고 봐야하겠지만, 신진서가 일익을 담당할 거라는 사실에는 이론 여지가 없다.

▲ 지난 28일 농심배 한국대표 선발전 최종결승전에서 박정환에게 아쉽게 패한 신진서(오른쪽).

프로통산 250전을 싸운 신진서는 169승1무80패를 기록 중이다. 통산 승률은 약 68%. 입단 첫 해였던 2012년에는 십단전과 GS배 예선에서 각각 김승재와 강훈(小)에게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신진서가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3년. 새내기 신진서는 2013바둑리그 예선에서 5연승을 거두고 바둑리거가 된다.

기세를 몰아 천원전에서도 본선에 진출한 신진서는 16강에서 이태현을 꺾고 8강에 오른다. 박정환에게 막혀 더 이상 진격하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두각을 나타내던 신진서는 2014년 신예 대회에서 첫 우승을 맛본다. 제2회 합천군 초청 미래포석열전 결승3번기에서 입단동기 신민준을 2-0으로 누르고 정상을 밟았다. 2014년 80판을 대국한 신진서는 52승28패를 기록했다.

2015년 연초도 시작은 2014년과 비슷했다. 제3회 합천군 초청 하찬석국수배 영재대회에서 또 한 번 신민준과 만난 신진서는 2-1 승리를 거두고 대회 2연패에 성공한다. 이어서 벌어진 제3회 메지온배 오픈신인왕전 4강에서는 변상일에게 이겼다. 결승에서 신진서는 김진휘를 2-1로 제압하고 신예 무대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음을 입증한다.

중국에서도 신진서의 활약상을 눈 여겨 보고 있었다. 을조리그 용병으로 뛴 신진서는 5승2패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메지온배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2015 한중 신예바둑대항전에서 신진서는 위즈잉 자오천위 랴오위안허를 차례로 격파하며 3전 전승을 거둔다.

2015년의 대미를 장식한 국내 최대기전 렛츠런파크배 결승에서 신진서는 김명훈에게 첫 판을 내줬으나 이후 2연승을 거두며 역전 우승을 차지한다. 본격기전 타이틀 홀더가 된 신진서의 2015년 성적은 59승1무22패였다.

올해 신진서의 성적은 36전 28승8패다. 78%에 이르는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신진서는 바둑리그에서 최연소 주장을 맡았다.

주장 맞대결로 벌어진 2016 바둑리그 개막전에서 신진서는 2년 연속 바둑리그 MVP에 빛나는 최강자 박정환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이후 파죽의 7연승. 신진서가 이끄는 팀 정관장은 현재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 신진서는 LG배와 바이링배 8강에 진출하는 등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정상을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는 신진서와 한국기원 근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다.

▲ 한국기원 인근 카페에서 타이젬과 바둑 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신진서(오른쪽).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바둑리그 성적(7연승)은 만족스러운데 중국 갑조리그 성적이 좋지 못했다(현재까지 4승5패).

중국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어느 정도 먹을 수 있게 됐다. 세계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한식도 먹고 패스트푸드를 먹으러 갈 때도 있는데, 갑조리그에 출전 할 때는 팀원들과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중국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지금은 적응이 조금 되었다.

올해 둔 바둑 중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판은?
바이링배 64강에서 강동윤 사범님에게 승리한 바둑이다. 마지막까지 반집을 진 바둑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신진서는 현재 바이링배와 LG배 등 올해 벌어진 세계대회에서 모두 8강에 올라있다.)

신진서의 바둑 스타일은 어떤가?
어렸을 때는 무작정 싸우는 스타일이었다. 지금도 주위에서는 전투적이라고 얘기한다. 실리를 좋아하고 상황에 따라 변신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원이다.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는지?
당연하다. 국가대표가 없었으면 어디서 공부해야 하나 고민했을 텐데, 바둑도 많이 둘 수 있고 공동연구도 할 수 있어서 좋다.

■ 바둑신동의 어린 시절

바둑에 입문한 시기는?
2004년 5살 무렵에 바둑을 처음 배웠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바둑학원이었고, 처음에는 어머니께 바둑을 배웠다.
(바둑을 배운지 1년 만에 신진서는 타이젬 3단이 된다.)

프로를 꿈꾼 건 언제부터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7~8살 때부터 바둑 프로기사가 되고 싶었다. 목표가 프로 입단은 아니었다. 언제나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었다.
(신진서는 8살 때부터 타이젬 8~9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일은?
3학년 때부터 부산지역연구생 활동을 2~3년 정도 했다. 6학년 때 상경해서 충암바둑도장에 들어갔다. 당시 김창훈(현재 프로) 조남균(내셔널리그 선수) 등 형들과 리그전을 뒀던 기억이 난다.

신진서는 9살 때 김해 권병섭 사범에게 사사한 걸 시작으로 부산바둑협회 김항 원장, 아바사와 정경수 사범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장수영 도장을 거쳐 충암도장 한종진 사범 지도하에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나?
사활 문제를 주로 푼다. 발양론과 같은 난해한 사활 문제를 풀다가 밤을 샌 적도 있다.

입단하기 전에 주로 공부했던 기보는?
당시에는 이창호 사범님과 이세돌 사범님 기보가 주를 이뤘다. 두 분의 기보로 공부했다.

둘 중 어떤 바둑이 더 재밌었나?
이창호 사범님을 존경하지만, 바둑 스타일은 이세돌 사범님이 더 좋았다.

■ 타이젬에서 먼저 존재를 알린 천재 신진서

타이젬 대국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6살 때부터 지금까지 타이젬에서 15,000판이 넘는 대국을 했다.

수미성모라는 ID가 혜성 같이 등장해 고수들을 꺾자, 대리 대국으로 의심 받아 ID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 갑조리그 선수 멍타이링에게 승리했을 때 전화가 온 적도 있었다. 정말 제가 둔 게 맞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세계대회 우승 전력이 있는 강자 Strive(P)와 7승7패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다시 10승32패까지 밀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고수들에게 지면서 많이 배웠다. ddcg 등 고수들에게 가끔 이길 때 기분이 좋았다.

타이젬의 장점은?
타이젬 대국 덕분에 실력이 향상됐다. 감각을 기를 때 특히 도움이 많이 된다. 바둑을 두다 보면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인터넷 대국에서 얻은 경험이 지표가 되어준다. 타이젬에서 고수들의 대국을 관전하는 일도 유익하다. 타이젬은 신수법의 장이다. 새로운 수를 시도해볼 수도 있고, 때로는 당하기도 한다. 타이젬에서 상대가 들고나온 신수에 당하면 오히려 기분이 좋다. 철저히 연구하고 대비해서 공식 대국에서는 방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선수 중에는 특히 미위팅이 신수를 많이 구사하는데, 매번 바둑을 둘 때마다 새로운 수를 들고나온다.

■ 한국바둑 미래라는 타이틀, 부담 아닌 자신감으로 승화

현재 세계바둑 판도는?
중국에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세계랭킹 1위가 한국기사(박정환 9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해볼만 하지만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더욱 분발해야 한다.

스스로 꼽은 세계1인자 박정환과의 격차는?
일단 박정환 사범님보다 강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가장 큰 격차다(웃음). 기력은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 세밀한 부분에서 아무래도 밀린다. 국가대표 리그전에서 승률이 3~40% 정도 되는데, 일단 이기는 경험을 하다 보니 지금은 전보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또래 기사들 중 라이벌은?
딱히 누가 라이벌이다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동훈 선수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 열 일곱 신진서

바둑을 졌을 때 스트레스 해소법은?
특별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바둑을 둘 때와 복기할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끝나고 나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비중에 따라 잊는 속도가 다르긴 하다.

좋아하는 운동은?
아직은 없다. 조만간 수영 같은 운동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바둑 외에 취미 생활은?
영화는 2시간이 너무 길어서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가끔 TV를 시청하고 음악을 조금 듣는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
MC THE MAX 노래를 자주 듣는다. 요즘에는 <어디에도>라는 노래를 즐겨 듣는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딱히 없다. 최근에 많이 나오는 설현 같은 연예인을 알긴 안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웃음).

■ 세계 최고를 향해

커제와 10번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수락할 의사가 있나?
타이젬에서 주선한다면 해볼 의향이 있다. 다만, 아직 이세돌-구리 10번기와 같이 공식적으로 크게 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 상대 쪽에서 약한 선수와 겨룬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 세계대회를 하나 이상 우승한 후에 정식으로 맞붙고 싶다.

이세돌-알파고 대결을 국가대표팀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당시 알파고가 지금도 실력이 변함 없다고 가정했을 때, 5판을 두면 몇 판 승리한다고 보는가?
최소한 2판은 이길 것 같다. 이세돌 사범님이 알파고의 기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1~3국에서 연속 패배를 당하는 동안 실력발휘를 다하지 못했다고 본다.

중국 정상급 기사들과 타이젬 대국 승률은?
탕웨이싱과 판팅위에게 조금 밀린다. 미위팅과 롄샤오에게는 50% 이상이다. 탕웨이싱은 쉽게 쉽게 두는 듯 한데 까다롭다. 판팅위는 실리를 차지한 후 타개하는 데 능하다. 판팅위의 대마를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

흑과 백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중국 갑조리그와 같이 덤이 7집반인 대국이라면 확실히 백이 편하다. 6집반에서는 비슷하다.

현 시점에서 목표는?
단연 세계대회 우승이다. 늦어도 19살 안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릴 때 많은 실수를 했던 것 같은데,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은 성적이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는 판들이 많다. 가끔 지더라도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따끔한 충고와 적절한 비판은 언제든지 해주셔도 괜찮다.

▲ 세계 최고를 향해 거침없는 진군
을 이어가고 있는 신진서.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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