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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프로기사회 탈퇴를 바라보는 시선
2016년 바둑전문가들의 토론 다시보기
2019-07-16 오후 2:23:37 입력 / 2019-07-16 오후 2:51:23 수정

3년간 묵혀뒀던 ‘이세돌의 프로기사회 탈퇴’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6년 이세돌·이상훈 형제의 프로기사회 탈퇴 선언은 여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던 뜨거운 감자였다. 3년이 지난 2019년 6월29일 이세돌
·이상훈 형제는 한국기원에 '탈퇴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기사회가 가져간 자신의 대국 수입 공제액을 돌려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묵혀뒀던 문제가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2016년 타이젬에서는 바둑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이세돌·이상훈 형제의 프로기사회 탈퇴 배경부터 주변 기사들의 반응까지 두루 살피며 토론을 한 바 있다. 토론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2016년 12월 31일자 타이젬 보도 (원문 보러가기)

 


 


5월17일 이세돌이 형 이상훈과 함께 양건 프로기사회 회장에게 탈퇴서를 제출하며 기사회 탈퇴를 선언했다. 기사회의 불합리한 조항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탈퇴 사유다.

이세돌 형제는 '▲기사회 탈퇴 시 한국기원 주최 기전에 일절 참가할 수 없다' '▲기사들의 수입에서 3~15%의 적립금을 일률적으로 공제한다' 이 두 가지를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기사회는 이세돌의 탈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이세돌과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12월12일 열린 한국기원 이사회에서는 '기사회가 이세돌 측과 다시 대화해 태도를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세돌, 기사회 탈퇴의 배경이 뭘까요?
 

- 탈퇴만 놓고 보면 2009년 이세돌 휴직사태 때의 앙금이 작용된 거 같습니다. 당시 프로기사회에서 동료기사들이 한국기원이사회에 징계수위를 맡긴 결의에 대해 쌓여 있었던 섭섭한 감정이 표출된 거라고 봅니다. 그 타이밍을 알파고로 전 국민에게 ‘갓(God) 세돌’ 경지에 오른 때를 잡은 거고요.
 

- 2009년 당시 바둑리그에 불참한 이세돌을 향해 ‘이세돌에 대해 뭔가 조치를 할 것인가’라는 안건을 두고 기사회가 표결을 했어요. 이때 찬성표가 많이 나온 것에 이세돌이 충격을 받았고 휴직계까지 내지 않았습니까? 7년 뒤인 지금 그와 연관해 기사회 퇴직서를 던졌다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뒷끝작렬’인데, ‘날 징계해야 한다고 했던 기사회가 내게 해준 게 뭐냐. 그런 기사회에 내가 세금을 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면 옳고 그름을 떠나 이세돌의 행위가 다소 설명이 되네요.
 

- 이세돌은 탈퇴를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도 그런 추정에 힘을 더하네요.
 

- 기사회 규정 중 독소조항으로 거론한 2가지 중 하나가 ‘기사회의 대국수입 일률적(3%~15%) 공제로 상금을 많이 받는 기사가 더 많이 내는 구조’였던 걸 보면 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죠?
 

- 이세돌의 전성기는 지났습니다. 이제 와서 돈이 아까워서는 아닐 수는 있죠.
 

- 감정과 돈이 뒤섞였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세돌 팬들은 개혁가로까지 추어올리는데, 자신의 의도를 스스로 속시원히 밝힌 바 없으니 알 길 없지만, 승단대회 불참도 그렇고 기사휴직계 파동 건도 그렇고 뭐 선구자라거나 개혁가적 생각으로 매사 그리한 것 같지는 않고요. 팬들이야 언제나 영웅을 원하고 미화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리 보고 싶을 겁니다. 더군다나 알파고의 영웅이니...하지만 저간의 사정을 꿰차고 있는 내부의 시각은 좀 다를 수 있죠. 진짜 그럴 생각이었다면 매년 열리는 정기 기사회에서 얼마든지 안건을 낼 수도 있었고, 또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자기의견을 밝힐 기회가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기사회에 참석하는 걸 별로 보지 못했어요. 일인자의 비중과 무게는 여타 기사와 차원이 다릅니다. 가만히 있다가 불쑥불쑥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일인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안하면 어떻게 알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관심법에 도통한 것도 아니고...
 

- 그렇다고는 해도 이후 기사회의 행보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누가 봐도 이건 일차적으로 기사회와 이세돌의 문제인데 한국기원 이사회에 결정을 넘기고 있는 모양새니까 말이죠.

 

 

- 기사회 탈퇴시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거라 봅니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지만 한국기원은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으며 공을 이사회로 슬쩍 넘겨본 거죠.
 

- ‘사실상 친목단체인 기사회가 이세돌의 대국 여부를 강제할 수 없다’는 법리 해석이 일반적이라 기사회 탈퇴 후 이세돌이 대국 강행을 했을 때 기사회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죠.
 

- 그렇습니다. 기사회가 한국기원에 이세돌의 대국 참가를 금지하도록 요청한다면 한국기원이 그걸 받아들일지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양건 기사회장이 이세돌과 계속해서 대화하고 있다고 하죠? 굉장히 곤란하고 힘든 처지일 겁니다.
 

- 무슨 대화를 6개월씩이나 하는 걸까요?
 

- 그렇더라도 기사회는 이세돌 탈퇴를 인정할 건지 아닌지 조속히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기원 이사회의 결정에 기대어 입장을 천명하겠다는 건 좀 떳떳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세돌은 기사회에 나 탈퇴할래...라고 말했잖아요. 기사회와 한국기원 이사회는 엄연히 구별돼 있는 의사결정체고요....그렇다면 먼저 “우리 기사회의 입장과 결정은 이렇다”라고 결정하고 차후 이세돌의 기전참여 여부에 대해선 한국기원 이사회에 판단을 맡기거나 아니면 참가하지 못하게 설득하거나 압력을 넣거나, 이게 당당한 순서라고 생각하는데...


 


 

- 현 법적 해석이나 팬들에게 비치는 명분 면에서 이세돌을 논리로 누를 수는 없을 겁니다. 기사회로서는 카드가 없는 거지요. 그렇다고 이세돌의 탈퇴를 깨끗이 받아들이자니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인 부분, 전통과 관례에 기반한 기사회의 정체성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잘나가는 후배들의 연쇄적인 탈퇴를 막을 명분이 없고 또 그런 사태를 맞게 되면 기사회가 공중분해될 우려 때문에 분명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고도 합니다만, 제가 듣기로, 알기로 그럴 간판스타 후배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모 기사의 경우는 “왜 탈퇴하죠? 그럴 이유가 있나요? 제가 낸 돈을 엉뚱한 데 쓰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저를 가르쳐주신 여러 스승님들께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거라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세돌로선 “기사회가 받아들이고 말고가 없다. 내가 탈퇴했으니 끝이다”라고 표현하고 어떤 인터뷰에선 또다른 기사회 조직을 입에 담기까지 했는데, 정말 소통할 생각이 있고 개혁을 위해 던진 고심의 카드라면 기사회를 자극하는 언행은 좀더 삼가는 것이 서로 좋을 듯합니다.

 

- 시니어기사들은 그냥 탈퇴를 받아들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하더군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인자 없고, 저 홀로 큰 나무 없다면 그 심정 이해갑니다. 이세돌 탈퇴파동은 일본과 중국 바둑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나 본데... 일본 프로바둑계는 이 사태를 전혀 이해 못 하겠다는 분위기더군요. 일본의 경우는 상금수입의 20%를 뗀답니다. 우리에 비하면 훨씬 큰 액수인데요, 문제는 이것이 다가 아니고 여기에 기사 개인의 뜻에 따라 플러스알파로 더 떼기도 한다네요. 자발적으로 기사 전체를 위한 기금으로 더 내놓는다는 얘길 듣고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이런 풍토와 분위기를 당사자들은 당연시한다고 합니다. 동료들을 위해서 기꺼이 낼 수 있고, 또 좀더 낸다고 한들 무엇이 억울하고 대단한 일이냐는 식입니다.
 

-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시스템과 비교할 순 없겠으나 중국기원은 60%를 떼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줄었지만. 하여간 중국기원에서도 티를 내고 있진 않아도 내심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 있어요.
 

- 불합리하게 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테니스계의 저명한 선수 리나는 “나는 사비를 들여 전지훈련을 했다. 국가가 해준 게 뭐냐”며 공제에 대해 항의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최근 떼는 액수가 많이 줄어들었다죠. 일명 ‘리나법’이라고도 하더군요. '이세돌 법'이 생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중국기원의 입장에서 강건너 불구경만은 아니겠죠.



 

- 기사회가 정말로 기사들의 복지나 대국민 바둑보급을 위해 적립금을 잘 사용했는지를 탓하는 이세돌의 지적이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회원이라면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감사를 통하던가, 기사의 일원으로서 자료를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든지 아니면 개선점을 개진하든지 사전 소통과 절차가 많이 아쉬웠고요, 이세돌이 인터뷰에서 “기사회에 많은 폐단이 있는데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새 기사회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할 정도였기에 하는 말이에요.
 

- 바로 이런 점이, 이세돌이 평소에는 기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정식으로 제안하지 않다가 어느날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된 규정만을 지적하며 탈퇴를 선언한 부분에 대해 동료기사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점이라고 들었어요.
 

- 전 이 파동 역시 우리나라 프로기사 제도의 입단과 은퇴, 수당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온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입구는 광화문 사거리통만한데 출구는 달동네 오르막 골목길처럼 좁은 현실에서 기사회 기금마련에 얽힌 ‘슬프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요. 이세돌과 기사회가 얽힌 이 사건이 어찌됐든 바둑계 전체를 위한 시각에서 내년에는 빠른 시일 내에 원만히 잘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네요.

TYGEM /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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