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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물
①즐기다 보니 그대의 세상 '강동궁'
당구 프로가 말하는 내사랑 '당구와 바둑'
2018-03-12 오전 10:51:57 입력 / 2018-03-12 오후 11:52:15 수정

‘영미! 가야돼!’
2월, 평창에서 한국 여자컬링이 역사를 새로 쓰며 전국민이 ‘영미’를 외칠 때 저 멀리 독일 땅에서 작은 외침이 들렸다.

‘동궁, 동궁! 가야돼!’

전반전 23대12. 무려 11점차로 오스트리아에 뒤지고 있었다. 전반전을 끝낸 동궁과 성원에게 주어진 5분간의 휴식 시간. 둘은 말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그저 끝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눈짓만 오고 갔을 뿐.

동궁의 파워풀한 스트로크는 제2목적구를 향해갔다.
22이닝째 7점을 기록, 38:27로 점수차를 벌이면서 우승을 예감했다. 대역전극이었다.

동궁과 성원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당구와 함께라면 모든 날이 좋았다. 놀이 같았던 당구가 그냥 좋아서,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세상이 됐다. 결국 시간은 즐기는 자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당구랭킹 1,2위의 ‘최성원-강동궁’ 이야기이다.




강동궁 프로는 당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바둑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바둑사랑이 남다르다. 정상급 기사가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바둑의 길을 걸었어도 너무 좋지 않을까 싶다고.

강프로의 바둑 입문은 특별하지 않다. 아버지가 PC방을 운영하셨을 때 바둑을 자주 보고 계시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PC방에 가면 크게 할 것이 없어서 게임은 잘 못하겠고, 바둑도 규칙은 잘 몰랐지만 어깨 너머로 보다보니 조금씩 알게 됐고 바둑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바둑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테스트 차원에서 최근에 관심 있게 본 바둑대회 관련 질문했는데, 대답이 바로 나온다. 통과다!
“최근에 박정환 선수가 대국하는 것 봤다. 참, ‘김지석-커제’ 선수가 나오는 농심신라면배를 재미있게 봤다. 예전에는 그냥 봤는데 지금은 해설자들의 설명을 듣고 ‘힘든 상황인데, 프로기사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해법을 찾아낼까’ 고민을 하면서 보니 재미가 두 배가 되더라.”

바둑과 당구는 모두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스포츠라서 공감대가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은 비슷한데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인드컨트롤이라는 작은 차이가 큰 승부에서는 여지없이 판을 가른다. 강프로는 바둑을 통해 정신수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바둑을 둘 줄 알면, 당구에도 도움이 될까.
“당연하다. TV 속에 나오는 선수들의 손동작을 보면 심리 상태가 보인다. 손이 나가는 속도에 따라 다르고, 정말 편안한 마음인 경우 돌 놓는 소리가 경쾌하게 나오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보면 당구와 비슷하다. 또 당구로 치면 40점 게임에서 35대20정도로 지는 상황인데 어떻게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까. 바둑을 보면서 당구를 연계해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이 TV에서 한번씩 선수들 얼굴을 보여주는데 내가 상상하는 표정이 여지없이 나오더라. 선수들 특유의 모습들 머리카락을 꼬는 경우 등을 최성원 프로가 자주 따라 하더라. 하하하. (강프로도 자신이 모르는 습관 같은 것이 있는가.)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당구 선수들의 습관이나 장점에 대해서 써주신다. 잘 몰랐는데 잘 될 때는 항상 입을 벌리고, 안될 때는 행동이 커지고, 주머니에 손을 많이 넣는다고 하더라.”

마인드컨트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심리적 요소가 많이 작용할 수 있는 ‘상대전적’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정확하게 컴퓨터로 집계를 하지는 않는다. 선수들끼리 장난 삼아서 말을 하기는 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 혹은 설욕하고 싶은 선수가 있을까.) 한국 선수들은 모두 다 강하기 때문에 라이벌은 딱히 없다. 요즘에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많이 내는데 선배들이 후배들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실력으로 괴롭혀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하하!”




강프로의 주특기는 ‘파워 스트로크’다. 별명이 ‘헐크’라고 불리 울 정도라니. 바둑 둘 때도 힘이 넘칠까.
“나는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수비 바둑은 할 수가 없다. 개인전에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본다. 바둑으로 보면 이세돌9단 같은 느낌(?)이다. ‘내 실력으로 너를 확 이겨주겠어!’ 이런 느낌으로 바둑을 둔다. 하하하! 물론 대회에 나가서는 당연히 수비도 해야 하겠지만 스타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연금을 받게 되었다. 강프로는 연금을 받을 기회를 2015년에 놓쳤다. 1980년생 강프로가 초등학생 때 당구를 시작했으니 39년 인생이 당구나 다름없는데 아직까지 그 당시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2015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스웨덴의 브롬달 선수와의 대결이었다.
“2015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브롬달 선수에게 연장전 승부치기에서 졌다. 이번에 세계팀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하고 나니 더 생각나더라. 당시에 브롬달 선수에게 5연승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요한 게임을 졌다. 30번을 져도 그 게임은 이기고 싶었다. 당시에 2달 이상 잠을 못 잤다. 있을 수 없는 역전패였다. 그 한판이 잉씨배 결승 최종국에서 반집패를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계당구는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강세였는데 한국 당구가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있다. 원동력이 무엇일까. 당구계에서는 한국 당구의 폭넓은 저변과 인프라, 그리고 탄탄한 선수층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아직도 실력은 유럽 쪽이 우월하다. 하지만 당구 시장은 한국과 전세계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폭넓은 저변과 인프라가 하락하는 순간 당구가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당구 대회 때 외국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을 잘 보면 후원사 배지를 달고 있다. 외국 선수들임에도 거의 후원사가 한국이다.

상금도 최근에 억대로 늘어났는데, 우리나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당구를 방송하는 채널만해도 7개나 된다. 기업에서 투자를 하고, 후원한 선수들이 성적을 잘 내고 하니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 (돌아다니다 보면 당구장이 많이 보인다.) 맞다. 우리나라에 당구장만 3만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당구장 수가 전세계 당구장 수 보다 많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놀란다.”



 

한 분야의 스포츠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라면 폭넓은 저변이 중요해 보이는데, 바둑은 룰이 어려워서인지 진입장벽이 높아 배우기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당구장은 1994년도에 청소년 출입이 허용됐다고 하니 자유롭게 당구를 즐길 수 있게 된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당구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가.
“90년대 초반도 그랬지만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싸울 때 나오는 곳이 당구장이다.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흡연이 금지되고 쾌적해지니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청소년도 출입이 가능하니 어른들이 아이를 데려오는데 무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당구를 접하게 되고 배우게 되더라. 무엇보다 당구가 스포츠로 인정을 받고 어린 친구들이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보니 당구를 배우려고 많이 한다.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에 대해서 더 설명해달라.) 바둑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이 안 된다. 바둑은 실수를 하면 상대방이 그 실수를 몰라야 이길 수 있는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당구는 실수를 하면 모두다 알게 된다. 하지만 좋은 점은 지고 있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바둑은 연구생이나 아마추어가 커제9단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구는 이변이 많은 스포츠로 세계랭킹1위라고 해도 일반인이 이길 수 있다. 정해지지 않은 1등이다. 변수가 많은 것이 당구의 매력이다.”

수원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는 당구부를 통해 당구 선수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당장 프로세계에서도 통하는 실력 있는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 뿌듯하겠다. 바둑도 초등학교 특기적성이나, 바둑고등학교, 바둑학과 등이 있어 저변 확대에 노력을 하고 있다.
“당구부가 신설되고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한국은 당구 주니어가 100명 정도이다. 전세계를 통틀어도 주니어가 100명이 안되기 때문에 한국 당구의 미래가 밝다. 일본은 20대 프로선수가 1명있다고 한다. 90년대에는 일본당구가 1등이었는데, 지금은 실버스포츠로 불리 운다. (일본의 바둑과 당구의 흐름이 현재와 비슷해 보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① 즐기다 보니 그대의 세상 '강동궁' 인터뷰 기사는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 바로가기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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