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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스페셜
바둑삼국지의 후원자
2011-01-28 오전 10:16:59 입력 / 2011-02-07 오전 9:30:28 수정

타이젬은 대한민국 바둑지도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바둑계의 모든 인물정보와 지표를 지도 안에 담아볼 계획이다.
그 첫걸음으로 바둑대회 후원자들을 조명한다. 




S#1. 바둑과 라면의 만남

2008년 중국 샹하이.
제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대회 최종국에서 중국의 창하오가 석불 이창호를 꺾고 우승컵을 높이 쳐들었다.
그 동안 국가대항전은 거의 한국의 독무대였다.
다른 세계대회에서는 막강 구리 9단을 필두로 척척 타이틀 사냥 중이었지만 이상하게 단체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중국이었다.
사상 최초로 한국을 넘어서 신라면배를 차지한 대륙은 열광했다.
CCTV, 베이징TV, 샹하이TV를 비롯해 중국 내 700개 언론매체가 일제히 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를 집중보도했다.
그 덕분에 辛라면의 붉은 로고가 중국시청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중국라면들에 비해 가격이 비싼데도 신라면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TV노출시간을 분석해보니 마케팅 효과가 무려 112억을 상회했다.
바둑과 라면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 중국 상하이TV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 바둑 팬들을 초청해 공개 해설로 진행됐다.

중국 대륙에서 국가대항전인 신라면배 바둑대회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0년부터 시작해 12년을 달려오는 동안 중국에서 신라면 바둑대회는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아왔다.
12회까지 그들이 거둔 우승은 고작 한 차례뿐이지만 기다림에 익숙한 대륙인들은 '다음에 두고 보자'며 입술을 깨문다.
아무튼 농심 신라면 바둑대회는 항상 흥행에 성공하는 편이다.
승자독식의 연승전 방식이 매판 드라마틱한 반전과 충격의 스토리를 쏟아내는가 하면 연승을 달리는 영웅이 꼭 탄생해 삼국의 바둑 팬들을 열광시키기 때문이다.
취재기자들이나 관전필자들도 이 대회를 소개할 때 마음껏 삼국지를 인용하고 바둑에 무협의 옷을 입힌다.


▲ 농심배 3차전이 열리기 전, 서울 대방동 본사에서 박준 사장을 만났다.

바람직한 세계대회의 본보기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야 생존이 가능한 바둑은 태생적으로 허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기업의 사정에 따라 대회의 존폐가 결정되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그런데 신라면 바둑대회는 좀 다르다. 바둑이 라면을 중국 대륙에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궁합이 맞아 윈윈을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기업 농심의 중국 상륙작전은 마케팅 성공의 사례로 꼽힌다. 그 중심에 바둑이 자리한다.
바둑이 얼마나 괜찮은 홍보의 매개체인지 농심이 확실하게 입증해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신라면 국가대항전의 수명을 걱정할 일은 없으리라.
이렇게 재미있는 대회는 두고두고 지속되어야 한다.


▲ 2010년 열린 제11회 농심배 3차전. 이창호 9단과 류싱 7단의 대국 모습. 당시 이창호 9단은 류싱, 구리, 창하오를 꺾고 한국 우승을 결정지었다. 

S#2. 얼큰하고 시원하고 개운한 스타일

농심의 박준 사장은 신라면 바둑대회 시상식을 12년간 지킨 인물이다.
강산이 한 번 바뀔 시간이었으니 그의 머리색도 부드러운 은발로 변했지만 밝은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만찬장에서 중국과 일본기사들이 일부러 박준 사장의 테이블을 찾아가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연간 10억원이 소요되는 국가대항전을 계속 후원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다.
그렇게 한중일 바둑삼국지 무대를 지켜온 박준 사장이지만 바둑매체를 비롯해 언론과의 인터뷰는 한사코 사양해왔다.

"우리 회사는 제품이 우선입니다. 인물보다 제품이 소개되어야 하지요."


▲ 박준 사장이 김인 단장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국기원 이사를 맡고 있어 바둑계의 공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바둑 팬들과의 만남도 한번쯤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게 요청했더니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대방동 본사의 집무실로 필자를 초청했다.
한반도 최고의 식품회사 관제탑에 해당하는 사장 집무실이건만 불필요한 집기가 전혀 없이 심플한 공간.
농심의 국제담당 총괄사장이자 농심그룹 회장실 실장의 중책을 맡은 박준 사장의 일상은 분초를 쪼개 쓸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통화를 끝내고 다시 대화가 재개되어도 논리가 단절되는 법이 없었다.
1981년 수출과장으로 입사해 차장, 부장, 지사장, 상무, 전무, 사장 코스를 달리며 몸에 붙은 스타일인 듯싶었다.


▲ 중국 판촉.

- 바둑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요?
"엄청난 도움이 되었지요. 중국시장을 성공적으로 뚫는데 바둑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바둑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습니다."

- 어떻게 신라면 바둑대회를 후원하게 됐습니까?
"밀레니엄 교체기에 국제금융위기가 닥쳤잖습니까? 그때 보해 배 여자바둑대회가 폐지되는 등 바둑계가 어수선했습니다. 그 무렵 삼성의료원 최규환 원장님과 정동식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찾아와 바둑대회 후원을 권유했었습니다. 그때 우리 농심이 마침 중국에 공장을 짓고 있던 참이라 마케팅 차원에서 한중일 삼국대항전으로 판을 키워보자 결심했습니다. 회장님께서 바둑대회 이름에 '신라면'을 붙이면 어떠냐 아이디어를 내셨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주효했습니다."

- 중국에서 신라면 열풍이 불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바둑대회의 극적효과도 컸고 매운 맛을 공격적으로 홍보했지요. 과거 마오쩌뚱이 남긴 명언이 있습니다. 사나이라며 만리장성에 한 번 올라가봐야 한다고 했죠. 그 명언을 패러디해서 사나이라면 매콤한 신라면을 먹을 줄 알아야한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그게 강렬하게 먹혔던가 봅니다. 지금 라면의 천국인 중국에서 신라면은 고급라면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 그 동안 바둑대회를 후원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11회 모두 파란만장한 승부의 드라마가 펼쳐졌기에 전부 기억합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기분이 좋았던 장면은 지난 해 김해의 농심 녹산공장에 중국 선수단이 견학을 온 적 있습니다. 그때 중국의 단장이 현대적인 설비를 둘러보고 중국의 제약회사보다 청결하고 위생적이다라며 감탄하더군요. 식품회사 사장으로 그런 칭찬만큼 기분 좋은 말은 따로 없을 겁니다."

박준 사장의 말은 빠르다. 발칸 포처럼 언어의 탄환이 탄띠에 연결돼 튀어 나온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와 논리가 가미돼 군더더기나 중복이 없다.
라면 하나로 국내시장을 제패하고 세계무대를 주름 잡은 신화가 박준 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읽혀진다.



그는 일 년에 100일 가량 해외출장을 다닌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집에서 꼭 신라면을 끓여 속을 푼다고 했다.
신라면의 이미지는 얼큰하고 시원하고 개운하고 뜨겁다.
박준 사장의 이미지도 신라면과 겹쳐진다.
결단이 빠르고 화끈한 스타일로 읽힌다.
바둑계에서는 조훈현 국수와 절친해 허물없이 지내며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 나남출판사 조상호 회장 등과 후원자 그룹을 이뤄 의기투합하는 중이다.
타이젬에서 활약했던 익명의 9단 중 '신라면'과 '건면세대'라는 아이디가 탄생한 이유도 이런 친분때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 최철한vs콩지에의 농심배 최종국을 지켜보는 조훈현 9단과 박준 사장.

S#3. 장수식품으로 장수기전(棋戰)과 영원하길

오래 전 필자는 알래스카에 취재를 간 적 있었다.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서도 북극과 가장 가까운 페어뱅크스란 도시에 갔을 때 심야의 스낵식당에서 뜻밖에도 신라면 봉지를 발견하고 감격했었다.
가격은 무지하게 비쌌다. 스테이크 값에 버금갔다.
그러나 그 맛은 환상이었다. 툰드라의 도시에서 먹는 매콤한 라면 국물의 기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

신라면은 한해 8억봉이 생산된다.
우리 국민이 한해 평균 일인당 17개를 먹는다는 뜻이다.
생필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래 묶여 박리다매 상품인데도 매출액이 3,500억원에 달한다면 그 판매량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을 넘어 미국, 러시아, 유럽, 동남아에 이르기까지 신라면은 라면 한류의 첨병으로 스며들고 있다.


▲ 서울 대방동에 있는 (주)농심 본사.

신라면의 신화를 발판으로 농심은 글로벌 식품시장의 전설을 새롭게 쓰고 싶어한다.
인류 최고의 먹거리인 쌀을 주원료로 ‘뚝배기 설렁탕’ 등 다양한 면류를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개척해 해외에서 연간 4천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식품회사의 제품을 타이젬의 지면에 노골적으로 소개하는 게 다소 생경스러울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연간 10억의 예산을 바둑에 쾌척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 아닌가?
물론 바둑이 그 액수 이상 후원사에 홍보효과를 돌려준다니 다행스런 일이지만 후원사와 후원자에 대한 스토리를 소개하는 일도 바둑사이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농심이 잘 되고 바둑삼국지 신라면 국가대항전도 오래오래 흥행에 성공하면서 우리들의 가슴을 적시는 불후의 명국을 지속적으로 탄생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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